의대는 돈으로 못 산다: 한양대 인수전의 진짜 전리품 (1)
한양대 재단은 어쩌다 매각설의 주인공이 되었나
2025년 12월 3일, 서울경제 단독 보도 한 줄이 교육계와 재계를 동시에 흔들었다. 한양학원이 외부 자본에 이사 선임권을 포함한 이사회 운영권을 넘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한양학원과 한양대 총장은 즉각 반박했다. 매각은 사실무근이며 사립학교1법상 학교법인 매각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IB2 업계는 조용했다. 법적으로 매각이라는 표현이 불가능할 뿐이라는 게 M&A 전문가들의 공통된 해석이었다.
1. 한양학원 자체는 멀쩡하다 — 그래서 더 무섭다
역설적이지만, 한양학원 법인 본체의 재무는 견고하다. 재무제표 전문가 이승환 칼럼니스트는 “재단이 무너진다는 서사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단언했다.
등록금·기부금·국고보조금을 합산한 연간 수입 8,085억 원, 자산총계 약 1조 6,000억 원. 대학 본체의 재정은 적자나 자본잠식3과는 거리가 멀다. 법인수익회계 단기금융상품만 971억 원, 투자유가증권 714억 원이 잡힌다. 그렇다면 왜 매각설이 나왔나. 문제는 법인 바깥이다.
2. 법인 주변이 불타고 있다 — 계열사 도미노
한양학원 위기의 진원지는 계열 건설사 한양산업개발이다. PF4보증 5,024억 원이 핵심 뇌관이다. 지배구조는 아래와 같다.
백남관광이라는 다리 위를 두 개의 기둥이 받치고, 그 아래 가장 위험한 사업체인 한양산업개발이 돌아간다. 한양학원이 별도 회계로 안전하더라도, 계열사 도미노5가 현실화되면 신용도·여론·자금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한양산업개발이 물류센터에 눈을 돌린 것은 합리적 판단이었다.
2020년 코로나가 모든 사람을 집 안으로 밀어넣었다. 쿠팡의 로켓배송이 세상을 다시 그리고 있었고, 마켓컬리가 새벽을 깨웠다. 소비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물류창고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시행사들은 앞다퉈 인허가를 받았고, 건설사들은 앞다퉈 보증을 섰다.
한양산업개발은 이 흐름 위에 올라탔다. 이천 물류센터, 남동 로지스, 경남 창원 물류시설. 가족이 함께 탔다. 백남관광은 창원 현장에 528억 연대보증과 252억 매입확약을 제공했다. 대한출판도 일부 사업에 이름을 올렸다. 한양학원이 등록금 동결 시대6에 수익을 필요로 했고, 계열 건설사가 그 역할을 맡았으며, 부동산 호황기엔 보증을 서도 손실이 없었다.
그리고 2022년 10월, 강원도가 레고랜드 PF 2,050억 원 보증채무를 갚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방정부가 보증한 채권도 부도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기자, 3,000조 원짜리 국내 채권시장이 송두리째 얼어붙었다. 미국발 금리인상이 겹쳤다. 코로나가 끝나자 물류센터 공실률은 치솟았다. 저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41%까지 올라갔다.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사업장은 분양대금을 회수할 수 없었고, PF 대출 만기가 돌아와도 차환이 불가능해졌다. 황금알을 낳던 거위는 2년 만에 텅 빈 냉동창고가 됐다.
한양산업개발은 2025년 들어서만 세 차례 PF 만기를 연장했다. 신한캐피탈 400억을 6개월 미뤘다. 이천 물류센터 준공 기한도 다시 늦췄다. 남동로지스 대출채권 확약은 2026년 4월까지 연장됐다. 만기가 연장될수록 이자가 쌓이고, 차입금리는 최고 11%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결정적인 숫자 하나 — PF 우발부채는 줄어들기는커녕 1년 새 1,015억이 늘어 5,024억 원이 됐다. 한양산업개발 자본총계(317억 원)의 열여섯 배다.
비영리 학교법인이 이 구조에 연결된 것은 처음부터 의도된 일이 아니었다. 연대보증은 보통 가족도 기피한다. 한 사람의 사업 실패가 연대보증인 전체의 재산을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물며 비영리법인이 영리 계열사의 연대보증에 간접적으로 묶이는 구조는 더욱 이례적이다. 그러나 호황기의 보증은 보증으로 보이지 않는다. 약속어음처럼 보인다. 2020년의 창원 물류센터는 수익의 약속이었다. 2025년에 그 약속은 5,024억짜리 청구서가 됐다.
지분법7으로 반영된 백남관광의 -435억 손실은, 본업 영업이익 66억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다. 세 회사 모두 정상적 금융조달이 어려운 레드존에 근접해 있다.
한양재단은 각종 조치를 취했으나, 불은 이미 번진 뒤다.
2022년 백남관광은 한양산업개발 지분을 78.97%에서 34.77%로 줄이며 거리를 두었으나, 창원 물류시설 528억 연대보증은 지분을 팔았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계열사 간 연대보증의 잔인한 속성이 여기 있다 — 빠져나오는 건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3. 병원도 흔들린다 — 의료원 재무상태표
한양학원이 병원에 직접 투자한 누적 금액은 법인일반회계 기준 568억 원. 그러나 병원 개별 재무상태표를 보면 투자 대비 상태가 녹록지 않다.
유동비율863%는 단기 채무 이행 능력에 경고등이 켜진 수치다. 서울병원이 이번 회계연도 33억 흑자로 전환했으나, 직전 연도 -289억에서 막 발을 뗀 수준이다. 두 병원 합산 자본잠식 629억, 누적 결손금 1,303억.
4. 세 겹의 악재와 우회 매각의 논리
한양학원은 지난 3년 동안 조용히, 그러나 필사적으로 구멍을 막아왔다.
2023년과 2024년, 재단은 성동구 토지 세 필지를 시장에 내놓았다. 팔린 땅값을 합치면 1,090억 원. 서울 한복판 부동산을 파는 일이 얼마나 드문 결정인지는, 그 땅들이 50년 이상 한양학원 장부에 올라 있었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재단은 뿌리를 팔았다.
2025년 6월에는 한양증권 지분 29.59%가 2,204억 원에 KCGI9 2호 PEF에 넘어갔다. 그러나 그마저도 완결되지 못했다. KCGI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2,204억이 들어오기로 한 창구가 막혔다. 프레지던트호텔 매각도 재추진 중이다. 3년 동안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았다. 그래도 5,000억 원대 PF 보증은 아직 그 자리에 있다.
이 시점에서, 외부 자본이 문을 두드렸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학교법인의 매매를 금지한다. 법 문자 그대로 읽으면, 한양학원은 팔릴 수 없다. 그러나 법은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이야기를 한다. 투자자가 3,000억 원을 기부하고, 그 대가로 이사 선임권10을 받는다. 학교는 팔리지 않는다. 단지 누가 이사회에 앉는지가 바뀔 뿐이다. 삼성이 성균관대에서, 두산이 중앙대에서, 대우가 아주대에서 이미 이 경로를 걸었다.
단어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매각’이 아니라 ‘기부’. ‘인수’가 아니라 ‘이사 선임’. 법률가들은 이것을 구조라 부른다. 언론은 이것을 우회라 부른다. 한양학원은 이것을 생존이라 부를 것이다.
그리고 문 바깥에서, 두 그룹이 기다리고 있다.
“A great civilization is not conquered from without until it has destroyed itself from within.”
(위대한 문명은 스스로 내부에서 파괴되기 전까지는 외부로부터 정복당하지 않는다)
사립학교법: 사립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학교법인의 매매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주식회사처럼 지분을 거래할 수 없다.
IB(투자은행·Investment Banking): 기업 인수합병(M&A), 자금 조달, 기업공개(IPO) 등을 전문으로 하는 금융 서비스 분야. 한양대 인수전 규모와 구조 설계를 실무적으로 파악하는 시장 참여자들이다.
자본잠식: 누적 적자가 쌓여 자본금을 잠식한 상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또는 자본금보다 작아진 상태를 말하며, 일반적으로 재무 위기의 신호로 읽힌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건설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사업이 실패하면 보증을 선 모회사까지 손실을 떠안는다.
도미노 리스크: 연결된 복수의 기업이나 자산 중 하나가 무너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기업들도 위기에 빠지는 현상. 한양 계열의 경우 한양산업개발 → 백남관광 → 한양학원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연결이 해당한다.
한양학원은 등록금 의존율 54.6%로 사립대 평균(51.4%)보다 높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2011년 이후 대학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됐다. 학교 수입이 막히자 재단은 계열 건설사인 한양산업개발을 통한 부동산 개발을 수익 모델로 삼기 시작했다.
지분법: 투자 회사가 피투자 회사의 손익을 지분율에 따라 자기 장부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식. 예: 백남관광이 한양산업개발의 손실을 자기 손익에 반영.
유동비율: [ (유동자산 ÷ 유동부채) × 100].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를 단기 자산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 100% 미만이면 단기 유동성 위험 신호.
KCGI(강성부 펀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국내 행동주의 사모펀드. 2025년 한양증권 지분을 인수했으나 이후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아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
이사 선임권: 학교법인의 이사회 구성원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 법인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