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는 돈으로 못 산다: 한양대 인수전의 진짜 전리품 (3)
두 사람이 남았다: 부채비율 437%의 부영 vs 무차입 경영의 호반 — 누가 한양대를 가져가나
의료계와 재계에서 거론되는 한양대 인수 후보는 두 그룹으로 좁혀진다. 부영그룹과 호반그룹. 둘 다 호남을 기반으로 성장했고, 둘 다 의대·병원을 원한다. 그러나 재무 구조와 전략, 열망의 방식, 그리고 인수 이후의 계산법이 완전히 다르다.
1. 부영그룹 — 열망은 20년, 실탄은 줄었다
이중근 회장은 1942년생이다. 올해 84세. 그가 처음 의대를 원한 것은 2015년 서남대 인수전이었다. 전북 남원의 부실 사립대에 그 그룹이 뛰어든 이유는 단 하나였다 — 의대. 탈락했다.
그 실패 이후 부영은 독자 노선을 택했다.
2013년 매입해둔 서울 금천구 옛 대한전선 공장 부지 8만 ㎡에 2017년 우정의료재단1을 세웠으며 병원 부지 933억과 450억 운영자금을 출자했다. 총 6,000억 원짜리 810병상 종합병원을 짓겠다는 선언이었다.
2022년 4월 9일, 화려한 기공식이 열렸다. 200명이 모였다. 그러나 같은 해 토양오염 검사에서 구리 32,784ppm이 발견됐다. 기준치의 수십 배. 착공이 멈췄다. 2025년 2월 착공 신고를 접수했으나 서류 보완 단계에서 멈췄다. 3년째 공터다.
그런데 이 지연이 오히려 한양대 인수의 근거가 된다.
공동주택 990세대 개발은 종합병원 착공 조건부로 허가가 났다2. 병원이 안 지어지면 아파트도 없다. 부영의 핵심 사업인 임대아파트가 금천 부지에서 묶여 있다. 독립 종합병원으로는 이 구도를 돌파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양의대와 연계된 분원으로 설계를 바꾸면 — 독립 종합병원과 의대 분원은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추진도 가능해지고, 아파트 개발도 재개된다. 이중근 회장에게 한양대 인수는 금천 부지를 살리는 열쇠이기도 하다.
2. 호반그룹 — 실탄은 충분하고, 준비도 남다르다
호반건설의 부채비율3 18.7%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현대건설 132%, 대우건설 196%, GS건설 238%, SK에코플랜트 251% — 이 숫자들이 한국 1군 건설사의 평균이다.
그 한복판에서 18.7%는 “언제든 3,000억 원을 현금으로 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무차입4 경영을 고수하는 그룹이 한양대 인수에 레버리지5를 쓸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호반의 더 흥미로운 준비는 재무 수치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2024~2025년, 호반건설은 세브란스병원·서울대의대·가톨릭대의대·화순전남대병원에 누적 21억 원을 기부했다. 금액이 크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5,000만 원짜리 전달식에 김대헌 기획총괄사장이 직접 나타났다. 재무 담당이 아니다. 그룹 전략을 총괄하는 임원이다.
기부는 메시지였다 — 우리는 의료계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Hoban Science Bridge. 건설 그룹이 노벨상 수상자 2명을 동시에 초청하는 비전선포식은 CSR 행사가 아니다. 랜디 셰크먼(세포 물질 수송, 2013 노벨생리의학상)과 오마르 M. 아기(MOF6 소재, 2025 노벨화학상)의 연구 분야를 교차시키면 하나의 벡터가 나온다 — “정밀의료와 약물전달 플랫폼. “
의과대학과 연구중심병원 없이는 이 플랫폼이 성립하지 않는다.
호반의 준비 방식은 부영과 반대다.
부영은 병원을 먼저 짓고 의대를 나중에 구하는 방식이었다. 20년 동안 의대를 구하지 못했다. 호반은 반대다. 의대·병원을 먼저 확보하고, 그 위에 과학인재 플랫폼을 얹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3. 정면 비교
4. 3,000억은 입장료다 — 인수 후 실제 계산법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첫 번째 질문 — 병원 적자를 어떻게 뗄 것인가.
합산 자본잠식 629억, 누적 결손금 1,303억. 이 숫자를 단기에 지울 방법은 없다. 그러나 재벌 인수자에게 이 적자는 두 층으로 나뉜다.
첫 번째 층은 전공의 파업 충격 — 일시적이다. 인력이 정상화되면 줄어든다.
두 번째 층은 건강보험 저수가 구조 — 영구적이다. 상급종합병원 원가보전율 84.2%가 말해주듯, 잘 치료할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다.
이 두 번째 층을 메우는 것이 비급여 수익이다. 삼성서울병원이 450만 원짜리 1박 2일 건강검진으로, 서울아산병원이 연회원제 프리미엄 멤버십으로 이 구조를 증명했다. 한양대서울병원 브랜드는 이 시장에서 충분한 진입 티켓이 된다.
단, 시간이 걸린다.
두 번째 질문 — 기부가 세금을 얼마나 줄이는가.
3,000억 원을 한양학원에 기부하면, 국가는 그 돈을 번 돈이 아니라 쓴 돈으로 본다. 그 해 소득의 절반까지는 세금 계산에서 빠진다. 법인세율 25%를 적용하면 최대 375억 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부받는 한양학원은 증여세가 없다. 3,000억이 오가는 거래에서 양쪽 모두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단, 이 혜택은 그 돈이 ‘기부’일 때만 작동한다. 이사 선임권7의 대가라는 실질이 드러나는 순간, 국세청 사후 추징의 칼이 내려온다. 3,000억 원에 대한 세금 혜택 전체가 소급 취소된다.
삼성-성균관대, 두산-중앙대의 선례가 있다. 그러나 그 거래들과 한양대 인수전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성균관대와 중앙대에는 의과대학이 없었다. 의대와 상급종합병원을 동시에 보유한 학교법인의 이사회 교체는 전례가 없다. 국세청뿐 아니라 보건복지부와 교육부가 동시에 들여다보는 거래다. 세 개의 칼이 같은 거래를 향한다. 칼이 많을수록, ‘기부’라는 포장지는 얇아진다.
가장 치열한 협상은 금액이 아니라 이 거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서 벌어진다.
5. 교육부라는 최종 변수
세금보다 먼저 통과해야 할 문이 있다. “교육부 ” 다.
이사 선임권 이전은 교육부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삼성-성균관대, 두산-중앙대, 대우-아주대. 세 건의 선례가 있다.
그러나 세 건 모두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이었다. 한양대는 다르다. 의대, 상급종합병원 두 곳, 권역응급의료센터. 교육부가 승인하는 순간, 보건복지부도 그 결정에서 자유롭지 않다. 전례 없는 거래를 전례 있는 절차로 통과시켜야 한다.
인수가 성사된다면 갈등은 예고된 수순이다. 비급여 확대, 의료 수익 극대화, 인문·사회계열 구조조정. 삼성이 성균관대에서 겪었고, 두산이 중앙대에서 반복했다.
그러나 한양대에는 그들에게 없던 것이 하나 있다 — 권역응급의료센터라는 법적 의무. 어떤 인수자도 이것을 건드릴 수 없다. 수익을 극대화하고 싶어도, 이 병원은 돈이 안 되는 중증 환자를 끝까지 받아야 한다. 그것이 지정의 조건이고, 조건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
6. 결론 —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게임
한양학원 법인 본체는 연 8,000억 원 수입을 올리는 견고한 조직이다. 그러나 외곽 계열사가 불타고, 병원 두 곳이 자본잠식이며, PF 5,000억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한양대 인수는 우량 자산을 사는 게임이 아니다. 화재 현장에 뛰어드는 게임이다.
재무 수치만 보면 호반이 유리하다. 실탄이 있고, M&A 노하우가 있으며, 과학인재 플랫폼이라는 미래 설계도까지 있다.
부영은 3년 연속 적자와 재계 순위 하락이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M&A는 항상 숫자대로 되지 않는다. 이중근 회장(84세)의 20년 의대 집념과 금천 부지 시너지는 호반에게 없는 것이다.
핵심 질문은 하나다 — 교육부가 이사회 교체를 승인할 경우, 한양학원이 ‘돈이 더 많은 쪽’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열망이 더 오래된 쪽’을 선택할 것인가. 전자라면 호반. 후자라면 부영. 그리고 어느 쪽이 이기든, 한국 사학과 의료의 지형은 다시 한번 바뀐다.
“A pessimist sees the difficulty in every opportunity; an optimist sees the opportunity in every difficulty.” — Winston Churchill
한양학원의 위기를 본 사람은 많았다. 그러나 그 위기 안에서 의대를 본 사람은 두 명뿐이었다. 부영과 호반. 비관론자는 불타는 재단을 봤다. 낙관론자는 그 안의 의대 면허증을 봤다. 문제는 낙관론자가 둘이라는 것이다.
우정의료재단: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이 2017년 설립한 공익의료법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구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 중이다.
병원-아파트 연동 허가 조건: 부영주택의 금천구 공동주택 990세대 개발은 우정의료재단 종합병원 착공을 선행 또는 병행 조건으로 서울시 허가가 났다. 병원이 착공하지 않으면 아파트 개발도 불가능하다. (출처: 비즈한국 2024.02.15)
부채비율: 부채 ÷ 자기자본 × 100. 100% = 빌린 돈과 자기 돈이 같다는 의미. 부영그룹의 400% 이상은 업계 일반 기준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무차입 경영: 금융기관 차입금 없이 자체 자금으로만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 금리 위험과 유동성 위기에 강하며, 대규모 M&A 시 레버리지 없이 현금을 즉시 동원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레버리지(Leverage): 차입금을 활용해 자기자본 대비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하는 전략.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사업이 실패하면 손실도 배가된다.
MOF(Metal-Organic Framework, 금속-유기 골격체):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를 결합해 만든 초다공성 소재. 약물 전달 시스템, 탄소 포집, 수소 저장 등 헬스케어·에너지 분야에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이사 선임권: 학교법인의 이사회 구성원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 법인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실질적 지배권을 확보하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