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는 돈으로 못 산다: 한양대 인수전의 진짜 전리품 (2)
의대 신설이 막힌 나라에서, 한양대 의대·병원이 '절대 매물'인 이유
한양대 인수전 참여자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왕십리 캠퍼스 부지? 공과대학 브랜드? 모두 부차적이다. 핵심은 단 두 가지 — 의과대학과 상급종합병원.1
그리고 이 둘은 대한민국에서 돈으로 새로 만들어낼 수 없는 자산이며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한국 의료의 구조적 역설 안으로 걸어 들어가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땅 위에 병원을 세우는 것과, 이미 존재하는 체계 안에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게임이다.
1. 의대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한민국의 의과대학 정원은 하나의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다. 1950년대 1,040명으로 출발한 정원은 이승만부터 김대중까지 매 정권에서 꾸준히 늘었다. 1998년, 제주대 의과대학 신설로 3,507명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2년 뒤 모든 것이 바뀌었다.
2000년, 정부는 의약분업2을 강행했다. 의사가 처방하면 약사가 조제한다는 단순한 원칙이었지만, 의료계는 이것을 수입 감소로 받아들였다. 파업이 시작됐다. 전국 전공의의 상당수가 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결국 타협안을 내밀었다 — “의대 정원을 10% 감축하고 동결하겠다.” 의료계가 받아들였다. 2003년부터 4년에 걸쳐 정원이 깎이기 시작했고, 2006년 3,058명이 됐다. 그 숫자는 이후 18년간 단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
2018년, 이명박 정부가 시도했다. 실패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공공의대 설립과 400명 증원을 추진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이 벌어졌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정부는 의료 공백을 감당할 수 없어 두 달 만에 백기를 들었다.
2024년, 윤석열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단행했다. 전공의 1만여 명이 병원을 떠났다. 진료가 마비됐다. 결국 2027~2031년 단계 증원3으로 후퇴했다. 또한, 신규 의과대학 설립은 단 한 번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25년 동안 세 번의 정부가 시도했고 세 번 다 실패했다. 이것이 한양의대의 진짜 가치다 — 시장에 없는 물건이다.
2. 상급종합병원은 지정으로만 존재한다
일반 종합병원은 해당 지자체의 허가만 받으면 된다. 부영그룹이 금천구에 6,000억 원짜리 종합병원을 직접 짓는 것이 그 방증이다.
그러나 아무리 돈을 써도 상급종합병원 지위는 새로 만들어낼 수 없다. 상급종합병원 지위는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재평가해 전국 47개소에만 부여한다. 부영이 금천구 병원을 짓더라도 — 착공이 된다면 — 그것은 일반 종합병원이지 “상급종합병원” 이 아니다.
이 차이가 진료 범위, 수가, 환자 집중도에서 하늘과 땅을 가른다.
한양대서울병원은 1972년 개원 당시 ‘동양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문을 열었다. 의과대학은 1967년, 박정희 정부 시절 대통령 직결 인가로 세워졌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그 두 가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자산이 됐다 — 제도가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한양대서울병원은 서울 동남권역 권역응급의료센터4로 법정 지정돼 있다. 단순한 명칭이 아니다.
어떤 인수자도 이 기능을 해제하거나 축소할 수 없다는 조건이자, 역설적으로 이 병원이 어떤 상황에서도 문을 닫을 수 없다는 보장이기도 하다. 짐이면서 방패다.
3. 병원 적자의 진실 — 구조인가, 사고인가
저번 기사에서 언급했듯이, 한양대의료원은 현재 서울병원·구리병원 합산 자본잠식 629억, 누적 결손금 1,303억이다. 이것이 한양대 인수를 꺼리게 만드는 숫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적자의 구조를 해부해보면, 그림은 달라진다.
한국 의료수가 체계5의 기묘한 역설이 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의 수가는 원가의 84% 수준에 불과하다 — 즉, 중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수록 손실이 난다.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공식 포럼에서 “중환자실 가동률이 85%를 넘는 순간 적자가 난다”고 증언했다. 법으로 지정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운영하는 한양대서울병원은 원가 이하 수가로 중증 환자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위에 2024년 전공의 파업이 덮쳤다. 수련병원일수록 전공의 의존도가 높고, 의존도가 높을수록 파업의 타격이 컸다. 서울대병원은 2024년 예상 적자가 2,000억 원을 넘었다. 한양대병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두 가지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전공의 파업은 사건이다 — 끝이 있고, 인력이 돌아오면 그 자리는 채워진다.
그러나 저수가 구조는 사건이 아니다.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된 이래 50년 가까이 쌓여온 제도의 퇴적층이다. 잘 치료할수록 손실이 나는 이 구조를 고칠 수 있는 것은 국회와 복지부뿐이고, 그들은 아직 그럴 생각이 없다.
부영과 호반을 포함한 재벌 인수자들은 이것을 알고 있기에 고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옆에 다른 문을 하나 더 연다 — “비급여 ”6 라는 문을.
가령, 삼성서울병원은 1박 2일 숙박형 VIP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본 가격 450만 원, 연간 1,500만 원짜리 VIP 주치의 상품도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연회원제 프리미엄 건강검진 멤버십을 운영한다. 수가 체계 밖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결정되는 비급여 시장이다.
대형 대학병원 브랜드가 이 시장의 진입 티켓이다. 비급여 수익이 급여 진료의 구조적 적자를 메우는 것이 재벌 병원의 실질 수익 모델이다.
적자는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덮이는 것이다.
4. 건설 재벌에게 의대·병원이 갖는 전략적 의미
그리고, 표에 없는 것이 하나 있다. 세제다.
3,000억 원을 한양학원에 기부하면, 국가는 그 돈을 번 돈이 아니라 쓴 돈으로 본다. 그 해 소득의 절반까지는 세금 계산에서 빠진다. 법인세율 25%를 적용하면 최대 375억 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부받는 한양학원은 증여세가 없다. 3,000억이 오가는 거래에서 양쪽 모두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다.
단, 조건이 있다. 이 혜택은 그 돈이 ‘기부’일 때만 작동한다. 이사 선임권의 대가라는 실질이 드러나는 순간, 국세청 사후 추징의 칼이 내려온다. 가장 치열한 협상은 금액이 아니라 이 거래를 어떤 이름으로 부르느냐에서 벌어진다.
5. 부영의 셈법 — 금천 부지라는 또 다른 변수
부영이 한양대를 인수하면 두 가지가 동시에 변한다.
하나, 한양대서울병원이 상급종합병원으로 유지된다.
둘, 금천구 부지가 역할을 바꾼다.
현재 금천 부지의 계획은 단독 종합병원이다. 의과대학이 없는 건설사의 종합병원. 아무리 돈을 써도 상급종합병원이 될 수 없다. 그런데 한양의대가 생기는 순간, 이 부지는 완전히 다른 자산이 된다. 한양의대 인턴·레지던트 수련이 가능한 분원으로 설계를 바꿀 수 있고, 의대 연계 이후 3~5년 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추진할 수 있다.
가령, 한양대서울병원이 성동구에서 중증 환자를 받는 동안, 금천 분원은 서남권에서 건강검진·재활·노인의료를 담당하는 구도가 될 수도 있다. 서울 동북에서 서남으로, 11km의 대각선이 그어진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이 하나 더 있다. 금천 부지 건너편에는 부영주택의 공동주택 990세대 개발이 연동돼 있다. 병원이 착공해야 아파트도 짓는다. 의대 연계 병원 + 대형 임대아파트 단지의 결합은 부영이 가장 잘 아는 사업 모델 — 임대주택과 복지시설의 통합 개발 — 을 의료로 확장하는 것이다.
2022년 기준 금천구 종합병원 부지에서 영등포 한림대 강남성심병원과 광명 중앙대병원이 6km 이내에 위치한다. 의과대학이 없는 독립 종합병원으로는 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의과대학이 있는 상급종합병원 분원으로는 게임이 다르다.
(*참고로 둘다 한림강남성심과 광명 중앙대병원 둘다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일반 종합병원이나, 의과대학 타이틀이 존재하기에, 부영이 짓는 일반 종합병원은 밀릴 수 밖에 없다)
6. 호반의 선언 — 2026년 3월 26일
호반그룹은 한양대 인수전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 3개월 만인 2026년 3월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Hoban Science Bridge’라는 이름의 K-과학인재 아카데미 비전선포식을 개최한다. 기조강연자는 2013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 랜디 셰크먼7과 2025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M. 아기8다.
건설 그룹이 생명과학자와 소재화학자를 같은 무대에 세우는 이유는 하나다. 셰크먼의 연구 — 세포 소기관 간 물질 수송 메커니즘 — 는 신약 전달 시스템의 근간이다. 아기의 연구 — MOF(금속-유기 골격체) — 는 약물 전달·탄소 포집·정밀의료의 소재 플랫폼이다. 이 두 축을 연결하는 인재 플랫폼의 구심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자산은 하나다 — 의과대학과 연구중심병원.
호반은 아직 아무것도 사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 난 뒤 어떻게 쓸지를 먼저 설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설계도에는 의대가 있다.
"Price is what you pay. Value is what you get."
(한양의대의 가격이 얼마가 되더라도, 가치는 그 열 배일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재평가해 지정하는 최상위 의료기관. 2024년 기준 전국 47개소.
의약분업(2000년): 의사는 처방, 약사는 조제만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리한 제도. 시행 과정에서 의료계 파업이 발생했고, 정부가 의대 정원 감축을 협상안으로 제시하며 18년 동결의 기원이 됐다.
2027~2031년 단계 증원: 2027학년도 490명 증원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연차별 확대 예정. 신규 의과대학 설립 계획은 포함되지 않는다. (출처: 보건복지부 2026.02)
권역응급의료센터: 보건복지부 지정 광역 단위 중증 응급 거점 병원. 해당 권역 내 최중증 환자 최종 수용 의무를 진다. 지정 취소 시 지역 응급 체계가 붕괴될 수 있어 사실상 폐쇄 불가능한 사회 인프라다.
의료수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의료행위에 대해 국가가 고시하는 가격. 상급종합병원 원가보전율은 84.2% 수준으로, 진료할수록 구조적 손실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이다.
비급여: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전액 부담하는 의료 서비스. 건강검진·미용·정밀의료 등이 대표적이며 수익성이 급여 항목보다 현저히 높다.
랜디 셰크먼(Randy Schekman): 미국 UC 버클리 교수. 세포 소기관 간 물질 수송 메커니즘을 규명해 2013년 노벨생리의학상 수상.
오마르 M. 아기(Omar M. Yaghi): 미국 UC 버클리 교수. MOF(금속-유기 골격체)를 개발해 약물 전달·탄소 포집·수소 저장 분야에 응용.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


